유재하의 탄생 60주년 기념 음반
‘[사랑하기 때문에] Special Vinyl Edition’
 

유재하 음악의 의의
유재하의 이름에는 선명하고 유려한 힘이 느껴진다. 유재하는 가수이자, 작곡가, 뮤지션이다. 그가 작업한 곡을 받아 노래를 불렀던 가수는 조용필, 김현식, 이문세 등 한국 대중가요사의 주요 명인들이었다. 그리고 그가 세션 뮤지션으로 참여했던 밴드와 가수는 한국 음악사에 굵직한 선을 그으며 최고의 음악 집단으로 성장했었다. 그가 남긴 단 한 장의 앨범에 수록된 9곡의 음악은 한국 대중음악의 수준을 몇 단계 끌어 올릴 정도의 가치를 지녔으며, 일찍이 록과 블루스, 그리고 재즈와 클래식의 교감이 뒤섞인 새로운 대중음악의 가능성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서 유재하는 특별한 존재로 기록되고 있다. 유재하는 몇몇 밴드에서 건반 주자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지향하는 음악적 정점을 완성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그는 기존 가요와는 상반되는 양식과 작법을 적용했고, 사운드적으로도 시도되지 않았던 방식으로 자신의 솔로 앨범을 다듬질했다. 1987년 서울음반에서 발매된 데뷔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에서 작사, 작곡, 연주, 편곡, 가창 등 음반 작업에 필요한 모든 파트를 직접 담당했다.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그를 평가하기에는 그의 재능은 넘친다. 유재하 음악이 지닌 남다른 점은 조동진의 데뷔 앨범이 발표된 이후 한국 대중음악이 변화를 맞이한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이는 작법과 편곡, 일렉트릭과 어쿠스틱, 스트링을 활용한 연주 파트에서도 여실히 발견된다. 특히 ‘우울한 편지’에서 느껴지는 메이저와 마이너 코드가 뒤섞인 채 변형되어 흩뿌려지는 코드 진행은 불협화음으로 인해 복잡할 것 같은 느낌보다, 오히려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품격 높은 곡조로 녹아 내려져 있다. 그는 1980년대 초중반 이영훈과 이문세 콤비로 대표되었던 발라드의 포화 속에 크로스오버로 융화된 발라드를 선보였다. 이는 신승훈과 김광진, 최진영 등 여러 후배 가수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1990년대 중반까지 더욱 확장되어 이어졌다.

유재하의 삶과 데뷔
‘가요계의 모차르트’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유재하는 1962년 6월 6일 3남 3녀 중 막내로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의 그는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던 정이 많고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였고, 극진한 효자로 기억되고 있다. 1969년 서울 은석국민학교에 입학했고, 1975년 삼선중학교, 1978년 대일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1981년 한양대 음대 작곡과에 진학하는 등 평범한 성장기를 거쳤다. 유재하는 음대 재학시절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면서도 대중을 위한 음악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여러 악기에 능통했던 그는 작곡과 작사, 편곡에도 능숙했던 만능 뮤지션이었다. 이러한 재능은 대학교 재학시절에 그를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키보디스트로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당시부터 유재하는 자신만의 음반 제작을 위해 조용히 작사와 작곡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용필은 유재하가 작곡한 ‘사랑하기 때문에’를 자신의 7집 앨범에 수록했다. 그러나 조용필 버전의 ‘사랑하기 때문에’는 ‘미지의 세계’와 ‘여행을 떠나요’ 등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다. 이후 유재하는 김현식의 음악적 전환점이 된 3집을 위해 결성된 밴드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로 참여하게 된다. 앨범 작업이 진행되기 직전에 밴드를 탈퇴했고, 유재하를 그렇게나 좋아했던 김현식은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과 ‘그대 내 품에’ 2곡을 3집과 4집 앨범에 각각 수록했다. 두 곡은 제 주인을 기다리듯 김현식의 버전으로도 히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유재하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당대를 주름잡던 김민기와 조동진, 조동익, 이문세, 엄인호, 김광민, 한영애 등과 깊은 교류를 맺고 있었다.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유재하는 자신의 솔로 앨범 제작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후 학교 선배이자 음악적으로 교감을 이루던 이원재와 동아기획에서 음반 발매를 논하게 되지만, 이원재의 음반만 취입이 결정되면서 유재하의 데뷔는 한차례 위기를 맞게 된다. 1987년 여름 유재하는 음반사를 서울음반으로 결정해서 2달여간의 녹음을 거쳐 9곡이 수록된 데뷔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를 내놓게 된다. 그러나 데뷔작이 발매된 지 3개월이 지난 11월 1일 새벽 유재하는 안타깝게도 서울 강변북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당시 

그의 나이는 스물 여섯이었다.

데뷔작이자 유작이 된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한국 대중가요 역사에 있어서 유작으로 기록된 앨범이 생전의 기록을 넘어선 사례는 적지 않다. ‘4월과5월’ 출신으로 인기 가도를 달리던 김정호의 사후가 그랬고, 김현식의 유작 앨범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재하가 남긴 유작은 김정호, 김현식과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두 가수의 경우 생전에 이미 대중의 사랑을 바탕으로 음악적 평가를 얻었지만, 유재하의 데뷔작은 생전보다 사후에 분명하고 확장된 평가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유재하의 데뷔작에 수록된 대부분의 곡들은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그만의 작법을 통해 유려하게 수놓여져 있다. 클래식 음악의 화성학과 클래식 악기를 주로 다뤘던 유재하는 기존 대중가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노래들을 완성해 냈다. 전체 수록곡은 만남 이후에 느낀 구애와 사랑의 과정과 완성된 마음을 담아 한 편의 소설을 연상하게 만든다. ‘그대 내 품에’는 사랑을 구애하던 시절의 간절하고 애가 타는 마음을 노래하고 있으며, ‘우리들의 사랑’은 사랑이 받아들여진 이후 느꼈던 가슴 벅찬 기쁨을 담고 있다. 그리고 ‘지난날’은 이별에 의한 서글픈 감정을 표현했고, 그의 대표곡인 ‘사랑하기 때문에’는 짧은 이별 후 자신에게 돌아온 이를 위한 벅찬 감성이 아름답게 수놓인 곡이다.

실력있는 신인들을 배출해 온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유재하음악장학회’는 유재하가 추구했던 음악성을 기리기 위해 부친 유일청에 의해 설립되었다. 장학회가 주관하는 ‘유재하음악경연대회’는 유재하와 그의 음악을 기억하고, 신인 싱어송라이터를 발굴하기 위해 1989년부터 열리고 있는 대표적인 음악 경연대회이다. 1989년 1회부터 2004년 16회까지 열렸으며, 2005년에는 재정적인 문제로 잠시 중단되었다. 이후 동료 가수들이 추모 앨범을 만들어 수익금을 기탁했고, 2006년 싸이월드의 후원으로 17회 대회가 재개되었다. 현재는 CJ문화재단이 2018년부터 공동 주관사로 대회 운영을 돕고 있다. ‘유재하음악경연대회’는 한국 대중음악계를 이끌어가는 싱어송라이터의 등용문으로도 유명하다. 대회 출신의 가수들은 한국 대중음악의 주요 뮤지션으로 성장과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유재하의 데뷔 당시의 느낌을 되살린
‘[사랑하기 때문에] Special Vinyl Edition’

이번 바이닐은 유재하의 마지막 리마스터링 음반이라는 마음으로 기획되고 제작되었다. 음반의 모든 결과물들은 다양한 방식의 고증과 검증을 통해 담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유재하 탄생 60주년 기념 ‘[사랑하기 때문에] Special Vinyl Edition’이 반가운 점은 유재하의 초반으로 알려진 재킷과 재반 가운데 먼저 출시되었던 재킷을 그대로 살려 함께 담았다는 점이다. 또한 1987년 서울레코딩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던 마스터 릴테이프를 바탕으로 여러 번의 리마스터링을 진행했고, 전문가들의 고견을 통해 최종 선택된 리마스터링 음원으로 제작되었다. 이 앨범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유재하가 데뷔하던 당시의 느낌 그대로 그의 음악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완성되었다.
글/고종석(대중음악평론가, 알레스뮤직 이사)

Special Thanks To.
음반 재킷 복원에 도움을 주신 최규성(한국대중음악연구소), 윤준호(라이선스 LP연대기), 류형규(마니아DB)
음반 기획과 제작에 도움을 주신 이봉수(Beatball Music), 한영숙(배우)
음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제공해 주신 백인식(Super Nova, Background), 장인호(Right Up). 그리고 언제나 든든한 ‘유재하음악경연대회’ 동문 여러분

Disc 01

Track 01. 우리들의 사랑
Track 02. 그대 내 품에
Track 03. 텅 빈 오늘밤
Track 04.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Track 05. Minuet (경음악)
Track 06. 가리워진 길
Track 07. 지난 날
Track 08. 우울한 편지
Track 09. 사랑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