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 고수들이 모인 재즈라는 장르의 무대에도 ‘아이돌’이 존재한다면 그 중
심에는 단연 ‘쳇 베이커’ 라는 이름이 떠오를 것이다.
재즈계 제임스 딘이라 불리며 잘생긴 얼굴과 속삭이듯 부드러운 소년 같은 보
이스, 어딘지 모르게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젊은 날의 그는 웨스트 코스트 재즈
가 한창 인기였던 50년대 단연 아이돌 같은 존재였다.
정작 악보도 제대로 볼 줄 모르고, 트럼펫도 독학으로 시작하며 지금까지 수 많
은 연주자들과 비교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쳇 베이커의 다소 느슨하면서도 울
적한 트럼펫 소리는 오직 그만이 연주 할 수 있는 트레이드 마크이다.
트럼펫 연주와 더불어 어눌한 듯 중성적인 목소리가 큰 매력이었던 그는 1954
년 ‘Chet Baker Sings’ 를 발매로 여성 팬들의 엄청난 사랑과 함께 높은 앨범 판
매량을 보이며 쳇 베이커의 ‘리즈시절’을 만들어 낸다.
이번에 새롭게 발매된 LP와 CD는 그의 전성기와 최고의 걸작을 고스란히 담아
내고 있다.
전성기 시절의 노래와 연주를 담은 ‘Chet Baker-IGORT (3LP Box Set)는 쳇의 트
레이드 마크 ’My Funny Valentine, I Fall In Love Too Easily, But Not For Me 등
38곡이 이탈리아 출신의 화가 ‘이고르트’가 쳇 베이커 삶을 그린 22쪽의 일러스
트와 함께 담겨있다
젊은 쳇 베이커 등장은 천재 뮤지션이 나왔다는 소문을 시작으로 동료 연주가
들에게 호기심과 이슈거리였지만 동시에 백인이 연주하는 재즈에 대한 차별적
인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가 전성기를 길게 누리지 못한 이유는 마약
때문이었다.
그 시절 재즈 뮤지션과 마약은 뗄 수 없는 관계였지만, 쳇은 지독하게 마약을
하며 미국과 유럽 일대를 떠돌게 된다. 레코딩은 계속 했지만, 마약을 사기 위
한 돈벌이로 질 나쁜 트럼펫 소리만 연주했으며, 사람들은 쳇 베이커의 존재를
모두 잊었다.
쳇베이커의 젊은 시절을 본 사람이라면, 유작앨범 ‘My Favourite Songs-The
Last Great Concert’의 이 쭈글쭈글한 늙은이가 그라는 사실에 경악할 것이다.
한때 재즈계의 제임스딘으로 불리며, 많은 여성팬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그는
이 앨범을 끝내고15일 후에 투신자살하고 만다.
이 앨범은 88년 마지막 콘서트 레코딩으로, 쳇베이커가 평소에 좋아하던 곡들
로 채워져 있다. 물론 이제 쳇 베이커의 트럼펫 소리는 이빨 사이로 새어나가는
느낌이 역력하다. 원래 쳇베이커는 테크니션이 아니기는 했지만, 이제 그는 더
이상 재즈를 연주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제외하고도
이 앨범은 절창 중의 절창이다.
젊은 시절의 쳇베이커가 ‘MY FUNNY VALENTINE’을 다소 꿈꾸듯이, 낭만적으
로 해석했다면, 이 앨범의 ‘MY FUNNY VALENTINE’은 오직 절망밖에 남은 것이
없는 고독한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고독한 예술가의 크로키. 쳇베
이커가 우리에게 준 마지막 선물인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음악에서는 청춘의 냄새가 난다”, “악마가 부르는 천사의 노
래”라고 평했다.
쳇 베이커 음반은 그의 리즈시절을 담은 ‘Chet Baker-IORT’(3LP Box Set), (2CD)
그리고 유작앨범 ‘My Favourite Songs-The Last Great Concert’(2LP), (2CD)로 4종
이 출시됐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https://n.news.naver.com/entertain/article/144/0000710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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