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라리네티스트 하보은의 무언가 ‘그 깊은 고독과 사색의 공간’ 스포츠 동아 2020-05-01

    클라리넷 연주자 하보은이 피아니스트 박수진을 만난 것은 2006년. 독일 에센 국립음대 재학 중에 만나 운명처럼 앙상블 메이트가 된 두 사람은 이로부터 10년 후인 2016년, 서울에서 멘델스존의 ‘무언가’를 녹음하게 된다.
     
    무언가(無言歌)는 제목 그대로 ‘말이 없는 노래(song without words)’. 즉 가사가 없는 노래다. 요즘 말로 치면 ‘할 말은 많은데 하지 않겠다’는 것일까. 멘델스존은 1830년 무언가를 작곡하기 시작해 평생 49곡이나 되는 무언가를 남겼다.
    무언가는 가사를 갖고 있지 않지만 많은 곡들이 부제를 달고 있다. 실은 원작자가 아니라 후대의 사람들, 특히 평론가들이 붙인 것들이다. 예를 들어 영화 ‘원스’에 삽입돼 귀에 더욱 익숙해진 ‘베네치아의 뱃노래’가 있다.
     
     
    클라리네티스트 하보은은 피아니스트 박수진과 연주한 총 17곡의 무언가를 한 장의 CD(굿인터내셔널 제작) 안에 담았다. ‘잃어버린 환상’은 클라리넷과 피아노의 인터플레이가 경쾌하기 그지없다. ‘달콤한 추억’은 어딘지 아득하면서 그리워진다. ‘장송행진곡’의 비장미는 또 어떠한가.
    하보은은 멘델스존의 무언가를 통해 감상자들을 깊은 고독과 사색의 세계로 이끈다. 그 이끄는 손길이 그윽하면서도 기품이 있다. 참 단아한 연주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목록으로

Comments

    코멘트작성

    ×